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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
한 중년 여성이 널찍한 종이 박스를 하나 들고 앞서가고 있었습니다. 얼핏 보기에 종이 박스의 무게는 가벼워 보였지만 부피가 있어 걷는데 불편해 보였습니다. 역시나 그분은 두리번거리며 버릴 곳을 찾았습니다. 마침 길가에 쓰레기동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입구가 작아 부피가 있고 두터운 종이 박스를 쉽게 넣을 수 없었습니다. 이내 통 안으로 넣기를 포기하고 종이 박스를 반으로 접어 쓰레기통 위에 두고 가버렸습니다. 바람만 살짝 불어도 도로 위에 떨어질 것이 뻔한데도 그렇게 내버려두고 갔습니다. 종이 쓰레기가 도로에 떨어져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것은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는 듯이 유유히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종이 박스를 쓰레기통에 올려놓았다는 것이 자신의 양심에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난 쓰레기..
창세기 28:1-22 묵상야곱을 향한 이삭의 명령(command)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나안 여자와 결혼하지 마라" 가나안 땅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에게 약속하신 땅입니다. 그럼에도 야곱에게 그 땅의 여자와 결혼하지 말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4절에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 땅은 차지해야(take possession) 할 땅'이라고 표현합니다. 그곳 사람들이 아니라 그 땅을 강조합니다. 지금 가나안 땅은 온갖 음란한 우상들과 죄악들로 더렵혀진 땅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땅의 사람들을 멸하고 그 땅을 정결하게 하시기를 원하셨습니다. 그 사명을 이스라엘에게 맡기신 것입니다. 정결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수가 차기를 기다리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이삭은 야곱에게 명령이라는 형식을 통해 강하게 가나안..
창세기 27:30-46 묵상이삭은 아버지 아브라함이 자신을 번제물로 드리려 칼을 잡았을 때도 떨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가 33절에서 크게 떨었다고 말씀합니다. 그의 떨림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자신이 아무리 몸부림쳐보아도 결국에는 하나님의 계획을 바꿀 수는 없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삭은 에서를 편애했습니다. 아버지로서 가진 축복권을 통해 자신이 사랑하는 에서에게 마음껏 축복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작정하고 자신을 속인 야곱에게 모든 축복을 선포하고 말았습니다. 한번 선포된 축복은 취소할 수도 없었고 취소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섭리와 그분의 계획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왜 하나님은 에서가 아닌 야곱을 택하셨는가?를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습니다.심한 피곤으로 인해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
직장인 예배를 드리기 위해 전철로 이동하는 중에 몇몇 분들이 급하게 전철에 올라탔습니다. 7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할머니 세 분은 문이 닫히기 직전에 전철 안에 있는 분들에게 거듭 ‘이거 오이도로 갑니까?’를 물었습니다. 누군가가 ‘네 갑니다’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전철 안으로 급하게 들어오셨습니다. 타기는 탔는데 안심이 안 되는 듯했습니다. 계속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거두절미하고 ‘오이도 가요?’라고 짧게 반복해서 물었습니다. 몇몇 분들이 친절하게 ‘네 오이도가 이 전철의 종점입니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런 답변에도 고마움을 표하는 대신에 ‘아니면 어쩌나’하는 식으로 의심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습니다. 한 분은 며느리와 통화를 하는 듯했습니다. 통화 연결이 되자 다짜고짜..
지하철을 탔는데 아쉽게도 빈자리를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말았습니다. 자리를 향해 돌진하는 그의 눈빛은 남달랐습니다. 행동이 굼뜬 자는 자리가 있어도 앉을 확률은 확 줄어듭니다. 민첩하고 기민하지 않으면 빈자리는 언제나 그림의 떡입니다. 그렇게 빈자리를 놓치고 나면 다음은 나름의 눈썰미로 금방 일어날 것 같은 사람 앞에 서는 것입니다. 어떤 노하우(knowhow)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자꾸 가방을 만지며 지하철 노선도를 들여다보는 분, 역을 지나칠 때마다 창문 넘어 역이름을 확인하는 분 앞에 서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유튜브를 보거나 뉴스를 검색하는 분들이 갑자기 일어나 내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어느 분 앞에 서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나름의 분석(?)을 마치고 자리를 잡고 ..
창세기 26:1-11 묵상흉년으로 인한 어려움은 이삭이라고 피해가지 않았습니다. 이 세상에 사는 동안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어려움에서 모두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많은 고난과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이겨내게 하시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어려움과 힘든 일이 없을 때 그것이 은혜라고 생각한다면 이내 곧 실망하고 말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의 자녀들이 하나님의 방법으로 어려운 순간들을 헤쳐나가기를 원하시며 도우시는 분이십니다. 어려움을 피하고 도망하는 자들로 놔두지 않으십니다. 눈 앞의 어려움이 아니라 그 뒤에 계신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십니다. 40일을 금식하신 예수님을 광야로 이끌어 사탄의 시험에 빠지게 한 자가 누구입니까? 성령입니다. 상황을..
하루는 새벽에 기도를 마치고 집에 갈 때쯤에 마주친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도 역시 주변 교회에서 기도를 마치고 귀가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서로 걷는 방향이 마주하는 길에서 상대방이 먼저 말을 건넸습니다. ‘예수 믿으세요’ 뜻밖에 듣게 되는 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내 뒤에 또 다른 누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에 입술도 살짝만 움직여서 말하는데 얼핏 보면 복화술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만나는 ‘도를 아십니까?’를 전하는 분들보다 더 냉정하고 삭막했습니다. 이삼일 지난 새벽에도 그분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작은 소리로 찬양을 읊조리는 듯하며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그냥 지나치는가보다 생각했습니다.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는 중..
창세기 25:19-34 묵상장자권이란 맏아들의 권리(rights as the firstborn)를 말합니다. 구약 시대에 장자는 다른 아들들보다 2배 많은 유산을 차지했고, 아버지로부터 특별한 축복을 받았습니다. 또한 가족을 지도하는 위치에 있었고 식사 때 상석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장자권이 아니어도 이미 아버지 이삭은 큰 아들 에서를 향한 편애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미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에서에게 장자권이란 그리 와닿지 않는 권리입니다. 나중에 유산을 더 받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했다면 명분에 불과한 장자권을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상징적인 것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명분보다 실질적인 추구하는 에서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심한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 가운데 ..
지하철 타고 이동 중에 앞자리에 앉은 한 사람이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방을 계속 둘러보며 마치 외국인이 낯선 땅에 여행 온 것처럼 사람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내리는 사람들과 타는 사람들 하나하나 정신없이 눈이 따라갔습니다. 얼굴을 보니 30대 초반쯤 보이는 남성이었습니다. 이마와 눈 주변을 보니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옆자리에서 잠이 든 아버지는 이미 성년이 된 자식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고 있었습니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버지는 혹시나 아들이 갑자기 생각하지도 못한 행동을 할까봐 염려되었는지 피곤해서 잠이 든 순간에도 아들을 잡은 손을 놓지 못했습니다. 피곤함을 참지 못하고 잠든 아버지의 얼굴에는 30대의 건강한 아들의 손을 붙잡고 이곳저곳을 ..
창세기 25:1-18 묵상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것은 크게 자손과 땅입니다. 75세에 부름을 받은 아브라함에게 자손은 너무나 절실한 복이었습니다. 1절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후처인 그두라를 통해 자녀를 허락하셨습니다. 그두라를 후처로 얻은 시기는 사라가 사망했을 때 아브라함의 나이가 137세였였음을 고려할 때 사라가 살아있을 때였을 가능이 높습니다. 다만 약속의 자녀라는 창세기의 주제를 중심으로 다루다 보니 사후에 그 이름이 나온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하갈을 통해 이스마엘을 주신 것 외에도 자녀를 주셨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그 약속을 성취하셨음을 보인 것입니다. 또 하나는 땅입니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이후 나그네 인생을 살았던 아브라함은 자신의 이름으로 막벨라 굴을 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