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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
지하철을 탔는데 아쉽게도 빈자리를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말았습니다. 자리를 향해 돌진하는 그의 눈빛은 남달랐습니다. 행동이 굼뜬 자는 자리가 있어도 앉을 확률은 확 줄어듭니다. 민첩하고 기민하지 않으면 빈자리는 언제나 그림의 떡입니다. 그렇게 빈자리를 놓치고 나면 다음은 나름의 눈썰미로 금방 일어날 것 같은 사람 앞에 서는 것입니다. 어떤 노하우(knowhow)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자꾸 가방을 만지며 지하철 노선도를 들여다보는 분, 역을 지나칠 때마다 창문 넘어 역이름을 확인하는 분 앞에 서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유튜브를 보거나 뉴스를 검색하는 분들이 갑자기 일어나 내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어느 분 앞에 서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나름의 분석(?)을 마치고 자리를 잡고 ..
창세기 26:1-11 묵상흉년으로 인한 어려움은 이삭이라고 피해가지 않았습니다. 이 세상에 사는 동안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어려움에서 모두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많은 고난과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이겨내게 하시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어려움과 힘든 일이 없을 때 그것이 은혜라고 생각한다면 이내 곧 실망하고 말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의 자녀들이 하나님의 방법으로 어려운 순간들을 헤쳐나가기를 원하시며 도우시는 분이십니다. 어려움을 피하고 도망하는 자들로 놔두지 않으십니다. 눈 앞의 어려움이 아니라 그 뒤에 계신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십니다. 40일을 금식하신 예수님을 광야로 이끌어 사탄의 시험에 빠지게 한 자가 누구입니까? 성령입니다. 상황을..
하루는 새벽에 기도를 마치고 집에 갈 때쯤에 마주친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도 역시 주변 교회에서 기도를 마치고 귀가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서로 걷는 방향이 마주하는 길에서 상대방이 먼저 말을 건넸습니다. ‘예수 믿으세요’ 뜻밖에 듣게 되는 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내 뒤에 또 다른 누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에 입술도 살짝만 움직여서 말하는데 얼핏 보면 복화술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만나는 ‘도를 아십니까?’를 전하는 분들보다 더 냉정하고 삭막했습니다. 이삼일 지난 새벽에도 그분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작은 소리로 찬양을 읊조리는 듯하며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그냥 지나치는가보다 생각했습니다.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는 중..
창세기 25:19-34 묵상장자권이란 맏아들의 권리(rights as the firstborn)를 말합니다. 구약 시대에 장자는 다른 아들들보다 2배 많은 유산을 차지했고, 아버지로부터 특별한 축복을 받았습니다. 또한 가족을 지도하는 위치에 있었고 식사 때 상석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장자권이 아니어도 이미 아버지 이삭은 큰 아들 에서를 향한 편애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미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에서에게 장자권이란 그리 와닿지 않는 권리입니다. 나중에 유산을 더 받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했다면 명분에 불과한 장자권을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상징적인 것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명분보다 실질적인 추구하는 에서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심한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 가운데 ..
지하철 타고 이동 중에 앞자리에 앉은 한 사람이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방을 계속 둘러보며 마치 외국인이 낯선 땅에 여행 온 것처럼 사람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내리는 사람들과 타는 사람들 하나하나 정신없이 눈이 따라갔습니다. 얼굴을 보니 30대 초반쯤 보이는 남성이었습니다. 이마와 눈 주변을 보니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옆자리에서 잠이 든 아버지는 이미 성년이 된 자식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고 있었습니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버지는 혹시나 아들이 갑자기 생각하지도 못한 행동을 할까봐 염려되었는지 피곤해서 잠이 든 순간에도 아들을 잡은 손을 놓지 못했습니다. 피곤함을 참지 못하고 잠든 아버지의 얼굴에는 30대의 건강한 아들의 손을 붙잡고 이곳저곳을 ..
창세기 25:1-18 묵상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것은 크게 자손과 땅입니다. 75세에 부름을 받은 아브라함에게 자손은 너무나 절실한 복이었습니다. 1절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후처인 그두라를 통해 자녀를 허락하셨습니다. 그두라를 후처로 얻은 시기는 사라가 사망했을 때 아브라함의 나이가 137세였였음을 고려할 때 사라가 살아있을 때였을 가능이 높습니다. 다만 약속의 자녀라는 창세기의 주제를 중심으로 다루다 보니 사후에 그 이름이 나온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하갈을 통해 이스마엘을 주신 것 외에도 자녀를 주셨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그 약속을 성취하셨음을 보인 것입니다. 또 하나는 땅입니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이후 나그네 인생을 살았던 아브라함은 자신의 이름으로 막벨라 굴을 소유..
한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중에 호명이 되어 진료실로 들어가는데 교수님이 먼저 “목사님 요즘 바쁘시죠?”라며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이에 “네 조금 바쁘게 보냈습니다”라고 답을 하자 돌아오는 대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목사님이 바쁘면 세상이 더 좋아지는 거죠, 바쁘셨다니 그만큼 세상이 좋아진 거 맞지요” 뼈를 때리는 그분의 갑작스러운 인사에 ‘맞습니다’라고 흔쾌히 동의를 해야 하는데 자신 없이 어색한 미소만 지었습니다.‘바쁜 목사는 나쁜 목사’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목사가 바쁘면 세상이 좋아진다’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교회가 바쁘게 돌아가고, 성도들이 바쁘게 세상을 살아갈 때 세상은 더 좋아지는 것일까요?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모쪼록 이런 기쁜 소식들이 많이 회..
창세기 24:50-67 묵상아브라함의 종은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충실히 감당합니다. 그는 놀랍게도 '우리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원하건대..'(창 24:12)라는 기도로 자신의 일을 감당합니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하나님의 이끄심을 구했습니다. 또한 라반과 브두엘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 일이 여호와께로 말미암았으니 우리는 가부를 말할 수 없노라"(50절)라고 말하면서 결혼을 승낙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여기에 아름다운 피날레는 리브가의 확신에 찬 대답입니다. "가겠나이다"(58절). 세부적으로 보면 각각 다른 일들인데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하나님의 섭리 속에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일하심이었음을 보게 됩니다.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동일하게 ..
창세기 23:1-20 묵상장지(葬地)를 갑작스럽게 마련하는 일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고통을 더하는 일입니다. 지금은 장례 문화나 제도가 다양해져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브라함처럼 나그네로 타국에 있는 경우 장지를 마련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아브라함과 헷 사람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아 장례용으로 땅을 주겠다는 제안이 여럿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살아서는 거주할 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죽어서는 묻힐 땅이 없어 노심초사하는 것이 인생인가 봅니다.우여곡절 끝에 아브라함은 막벨라 굴을 은 400세겔을 주고 샀습니다. 이란 전쟁 전의 평균 은시세로 환산하면 4백 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입니다. 밭의 위치나 입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학자들의의 대체적인 견해는 무척..
창세기 22:1-24 묵상 1절에 나오는 '시험'이라는 말은 아브라함을 믿음을 테스트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요구되는 믿음은 주신 분이 하나님이시라면 거두어 가실 수 있는 하나님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믿음입니다. 그러나 다른 이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브라함에게 있어서 독자 '이삭'(12절)은 얼마든지 우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삭이 있어야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습니다. 이삭이 있어야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의 모래와 같이 자손이 번성할 수 있습니다. 이삭이 있어야 아브라함의 복이 후손에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모든 것들이 이삭이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이삭을 잃으면 모든 것이 헛된 것이 되고 맙니다. 이삭을 번제물로 드리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아브라함은 항의 한 마디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