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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쏟아진 커피

헌책7 2026. 1. 2. 16:12

어느 날 필요한 책을 찾다가 구석진 책꽂이에 꽂혀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필 가장 구석진 곳에 꽂혀있었습니다. 그 책을 빼내려 팔을 힘껏 뻗어 보았지만 닿을 듯 말 듯한데 잡히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번 시도 중에 살짝 인내력을 테스트 받았습니다. 팔을 뻗은 만큼 뻗어도 닿지 않아 결국 비좁은 공간으로 몸을 조금 더 안쪽으로 다가섰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팔을 뻗었습니다. 겨우 손이 닿아서 책은 꺼냈는데 책상 위에 있던 커피잔이 옷자락에 걸렸는지 커피가 쏟아져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많은 양도 아니었는데 이미 서랍들 사이사이와 책상 밑에 있던 가방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컵이 넘어진 것은 인지하지도 못할 만큼 짧은 순간이었는데 그 파장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책상 유리판 밑으로도 흘러 들어가 치우는 일이 커지고 말았습니다.
한자 성어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중국 주나라의 전략가 강태공과 그의 아내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배경이라고 전해집니다. 강태공이 젊은 시절 살림을 돌보지 않고 공부만 하자, 아내는 가난을 견디다 못해 그를 떠났습니다. 훗날 강태공이 출세하여 돌아오자 아내가 다시 받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때 강태공은 물 한 그릇을 땅에 쏟은 뒤, "이 물을 다시 그릇에 담아보시오"라고 말하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전도서 3장에서 저자는 모든 일에 때가 있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3:1). 이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주어진 시간을 신실하게 살아가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영원을 사모하라’(11절)는 것입니다. 1989년 개봉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소개되어 많이 알려진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겨라. 너희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라." 그러나 본래 의미는 ‘오늘을 즐겨라’가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꽉 붙잡으라“입니다. 오늘이라는 시간을 쏟아진 커피처럼 흘려버리지 말고 넘어지지 않게, 놓치지 않게 굳게 잡고 신실하신 하나님 안에서 성실하고 충성되이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영원을 사모하는 자의 자세입니다. 영원이라는 시간 앞에서 오늘을 헛되이 흘려보내는 건 하나님의 선물을 영원히 돌이킬 수 없이 내다 버리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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