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칙칙하고 회색빛 가득한 낮의 분위기가 최근 들어 상큼하고 푸릇하게 바뀌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봄기운이 가득한 날들입니다. 겨울의 추위를 피해 실내에 가두었던 화초들을 밖으로 옮겼습니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 추위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창문으로 기웃거리며 손 내미는 봄의 향취를 도저히 참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는 분위기인지라 밖으로 내놓기로 했습니다. 스스로 이동할 수 없는 그들을 위해 발이 되고 손이 되어 며칠을 나누어서 옮겼습니다. 제법 무거운 것도 있어 옮기면서 아찔했던 순간도 있지만 손바닥만 한 것까지 다 옮기고 나니 밀린 숙제를 마친 느낌처럼 뿌듯했습니다. 고맙게도 옮겨진 화초들에게 햇빛이 먼저 다가와 반갑게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수줍은 듯 화사한 봄빛에 연신 고개를 숙인 화초들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밝음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습니다, 어쩌면 겨우내 웃는 법을 잊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비록 언약을 어기고 하나님께 반역하며 우상을 섬겨 바벨론 땅으로 옮겨졌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보시기에 이스라엘은 여전히 좋은 무화과 같았습니다. “내가 이 곳에서 옮겨 갈대아인의 땅에 이르게 한 유다 포로를 이 좋은 무화과 같이 잘 돌볼 것이라”(렘 24:5). 일조량이 부족하여 시들해진 화초를 볕이 좋은 곳으로 옮기는 마음으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바라보셨습니다. 가나안 땅에서는 이미 죄악으로 어둡게 되어 무화과가 잘 자랄 수 없게 되었기에 하나님은 그들을 바벨론으로 손수 옮기신 것입니다. 그런 하나님의 마음을 이스라엘은 깨닫지 못했고, 깨닫고자 하지도 않았습니다. 옮겨지는 화초에 옮기는 자의 마음이 전해질 때 비로소 그곳에 봄이 내립니다. 이스라엘의 영적 무지를 깨우기 위해 친히 하늘에서 땅으로 옮기신 예수의 사랑은 그래서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