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겨울에 난방기구를 사용하다 보니 제습기가 필요해서 베란다로 나가 여기저기를 뒤적였습니다. 찾다 보니 축구공 하나가 보였습니다. 가만히 두기만 했던 축구공이 바람이 빠져 풍선처럼 한쪽이 쪼그라들어 있었습니다. 축구공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세워두었던 자전거도 모처럼 타려고 하면 바람이 빠진 타이어가 바닥에 바짝 엎드려버리는 바람에 그냥 탈 수가 없는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그냥 세워만 두었을 뿐인데 가득 채워두었던 바람은 어디로 가고 쪼그라든 공만, 타이어만 남았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가만히 있을 뿐인데 근육은 굳어 움직이기 어렵고, 몸은 약해지고 면역력은 떨어집니다.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인데 말입니다. 움직이는 공에 탄력이 더한 것처럼 우리 몸도 그렇습니다. 약간의 긴장과 유산소 운동이 신체를 더욱 건강하게 합니다. 몸을 아끼고 사랑하는 비결은 늘 적당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몸을 적당하게 힘들게 하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한 아이에게 축구화를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신발이 소중하게 여겨진 아이는 땅을 파고 묻어두었습니다. 자기 발이 시간이 지나면 커진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우리에게 귀한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분이 바로 성령님이십니다. 우리는 그분을 소중히 여긴다는 핑계로 가만히 모셔두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항상 그분을 찾고 만나야 합니다. 성령을 가만히 두는 것보다 더 어리석고 무지한 죄는 없습니다.
아기 예수께서 오신 날을 축하하는 성탄절입니다. 왜 그분이 이 땅에 오셨을까요? 대접받기에 오신 것이 아닙니다. 섬기러 오셨습니다. 즉 그분을 가만히 두지 않고 귀찮을 정도로 찾는 이들에게 다가가서 섬기려고 오신 것입니다. 더욱 주님을 귀찮게 하는 성탄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