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24:13-35 묵상
서로에게 힘이 되는 대화가 있고 서로를 힘들게 하는 대화가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서로의 생각 중에 있는 부족함을 채워주고 위로하며 건강한 방향으로 인도하지만 후자의 경우 서로를 비난하고 힐난하여 그 결과 낙심과 절망으로 인도합니다. 엠마오로 가며 대화하는 두 제자에게 예수님께서는 동행하시며 말을 건네십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말과 일에 능하신 선지자'라 했습니다. 그리스도가 아니라 선지자였습니다. 이는 일부는 맞지만 전체적으로는 옳지 못한 말입니다. 분명 선지자도 기름부음을 받지만 예수님은 더 크신 분이십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이스라엘을 속량할 자로 바랬습니다. 즉 이 난국에서 구원해 줄 자로 여긴 것입니다. 그런데 맥없이 십자가에서 죽으셨으니 이 얼마나 기가 막히겠습니까. 눈으로 보는 현실과 들었던 말씀이 연결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각각 따로 놀았던 것입니다. 빈 무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도 부활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정말 더디 믿는 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마음이 무딘 자들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은 포기하지 않고 찾아가셔서 자기에 관한 성경의 말씀들을 자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또한 그들에게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그들에게 주심을 통해 그가 부활한 예수님이심을 드러내셨습니다. 비로소 그들은 마음의 냉냉함을 걷어내고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말씀이 현실을 비추고 있음에도 현실 따로 말씀 따로 보는 시선을 여전히 바꾸지 않습니다. 이 시선의 변화는 오직 믿음으로는 가능합니다. 믿음의 더딤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마치 법이 현실을 다 반영하지 못하고 뒤쳐지듯이 말입니다. 세상에서 똑똑한 자들은 법의 헛점과 법의 구멍을 찾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은 늘 현실만 탓하며 살아갑니다. 이는 영적으로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이미 도래했음에도 사탄은 오늘도 우리를 말씀없는 현실에 가두고 있습니다.
무딘 자들에게조차 찾아가셔서 깨닫게 하시는 주님이 오늘 나에게도 오셔서 깨닫게 하실 것을 기대합니다. 늘 말씀과 현실을 조화시키지 못하는 미련함에도 오래 참으심으로 가르쳐주시는 주님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