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

직장신우회 예배가 있는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고자 하여 가까운 역으로 갔습니다. 개표구를 지나 플랫폼(platform)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어느 몰지각한 분이 담배를 피우며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도 작지 않아서 곁에 있던 사람들이 흠칫 쳐다보곤 했지만 눈치가 없는 건지 애써 모르는 척하는 건지 통화는 계속되었고 그럴 때마다 연기는 뿜어져 나왔습니다. 그때 아기를 안은 한 젊은 엄마는 자신의 겉옷으로 아기를 급하게 감싸며 그 자리를 피했습니다. 아기 엄마는 자신의 입과 코를 막는 대신 안고 있는 아기의 입과 코를 해로운 연기로부터 보호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녀의 민첩한 행동에는 조금도 머뭇거림이 없었습니다. 그녀의 확신에 찬 행동이 몰지각한 분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이내 담배를 끄고 겸연쩍은 표정으로 그 자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사라졌습니다.

많은 말보다 때로는 확신에 찬 행동 하나가 더 큰 울림이 되기도 합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입니다. 다변가뿐만 아니라 달변가도 많아 그야말로 말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상에서 정성과 진심이 담긴 행동 하나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온갖 감언이설이 넘쳐나고 자기주장으로 가득한 세상에 친히 오신 예수님은 말보다도 마음을 담은 신실한 행동으로 먼저 다가가셨습니다. 진리를 말이 아닌 행위와 삶으로 먼저 보이셨습니다. 그런 후에야 복음의 진리를 구체적으로 말씀으로 전하셨습니다. 그분의 진솔한 행동 하나하나가 당시 상처받고 지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습니다.

담배 연기 자욱한 세상입니다. 말의 먼지와 찌꺼기가 가득한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에 필요한 것은 진솔한 마음이 담긴 행동 하나입니다. 말이 마음에 전달되지 않는 세상에서 주님의 행함을 보이는 날들이 되기를 기도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