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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색

비 오는 날에

헌책7 2025. 5. 17. 17:08

소낙비가 거세게 내리치던 날 화초들은 일제히 머리를 숙이고 꽃잎을 오므리며 피할 수 없는 비를 온몸으로 맞았습니다. 우산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비를 맞는 꽃들을 유일하게 지켜주는 것은 주위에 있던 푸른 이파리들뿐이었습니다. 피할 수 없기에 견디고 도망할 수 없기에 버티는 여린 꽃이지만 쉬이 포기하지 않습니다. 수차례 빗물에 꽃잎이 크게 흔들려도 이겨냅니다. 이는 너무나 작은 일에 낙심하고 너무나 쉽게 우울에 빠지는 우리네 모습과 너무 다른 낯선 광경이었습니다. 손으로 잡으면 쉽게 부러지고 꺾이는 화초들이 그 거센 비바람을 이겨내는 것을 보면 너무나 신비롭습니다. 골목길에 무참히 짓밟힌 민들레나 제비꽃을 보면 마음 한편이 시려옵니다. 척박한 땅에서 어렵게 핀 꽃들인데, 그 많은 눈과 비를 버티며 핀 꽃들인데 무참히 밟힌 그 생명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소낙비가 지나고 날이 화창하게 개면 움츠렸던 꽃들도 어깨를 펴고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듭니다. 비가 오면 고개를 숙이고 화창하면 고개를 드는 그들의 모습이 어려움에 처하면 고개를 숙여 기도하고 마음에 평안이 임하면 두 손을 들고 고개를 들어 하나님을 찬양하는 우리네 모습과 같습니다. 사람만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꽃들도’라는 찬양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꽃들도 구름도 바람도 넓은 바다도 찬양하라 찬양하라 예수를” 모든 만물이 예수를 찬양합니다.
요한계시록 5:13에서 요한도 “하늘 위에와 땅 위에와 땅 아래와 바다 위에와 또 그 가운데 모든 피조물이 이르되 보좌에 앉으신 이와 어린 양에게 찬송과 존귀와 영광과 권능을 세세토록 돌릴지어다”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고백합니다.
우리 안에 주님을 향한 찬양이 뜨거워지고 주님을 향한 경배의 마음이 더욱 간절해 지기를 바라는 커피 향 그윽한 비 오는 날의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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