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헌책

다음 신호에 건너세요 본문

일상사색

다음 신호에 건너세요

헌책7 2025. 6. 14. 17:11

태양은 뜨겁게 내리쬐고 바람마저 사막의 열풍처럼 숨을 턱턱 막는 날에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잠깐의 시간은 길기만 했습니다. 드디어 신호가 바뀌어 건너려는 순간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다음 신호에 건너세요너무나 황당한 방송에 실소를 금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언제 건너라는 것인가?’ 파란 신호로 바뀌자마자 다음 신호에 건너라고 하면 빨간 신호에 건너라는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안내방송에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은 얼마나 놀랐을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방송이 오히려 위험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세상을 향한 교회의 메시지가 이렇듯 혼란과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선거철마다 기독교 연합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단체들은 왜 그리 많은지요, 정말 그들 단체들이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몇몇 사람들이 모여 마치 교회를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과대포장하고 힘을 자랑하는 것은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 단순히 어느 후보가 교회에 유리한가, 교회들의 요구를 들어줄 후보가 누구인가를 가늠하는 것보다 시대의 흐름 속에 적합한 자가 누구인지 보다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아쉽습니다. 거창하게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되게 할 인물을 찾으려는 노력보다 교회의 헌신을 감내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교회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손톱만큼이라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교회의 모습은 예수님 당시의 종교 기득권자들의 모습처럼 비쳐 안타깝습니다.

다음 신호에 건너세요가 아니라 이번 신호에 함께 건너요라고 말하는 교회 멘트가 세상에 외쳐졌으면 좋겠습니다. 짧은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시각장애인에게는 늘 큰 위험입니다. 직선으로 최단 거리를 건널 수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손을 잡고 함께 건너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일상사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블 호떡  (7) 2025.05.24
비 오는 날에  (0) 2025.05.17
물받이  (0) 2025.05.10
자리 전쟁  (2) 2025.04.26
어른의 길  (0) 2025.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