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호떡

직장 신우회 예배를 마치고 가까운 곳에 있는 카페로 이동했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진 까닭에 다들 얼음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고자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제빙기가 고장이 나서 차가운 음료는 안 되고 따듯한 음료만 준비할 수 있으니 다시 주문해 달라는 점원의 말에 모두 황당해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카페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동 중에 길가에서 파는 ‘버블 호떡’을 파는 노점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햇빛은 강렬하고 바람조차 뜨거운데 호떡이라니... 호떡을 굽던 사장님도 쌓인 호떡에 손을 놓고 핸드폰만 보고 있었습니다. 와서 보는 이도 없이 혼자 지키고 있는 그 모습에 노점이 더 넓어 보였습니다.
고장이 난 제빙기를 서둘러 고칠 생각을 하지 않고 따듯한 음료를 추천하는 카페나 계절 음식인 호떡을 여름이 오도록 팔고 있는 노점상을 보노라면 이 시대의 교회를 보는 듯했습니다. 계절과 날씨에 어울리는 음식이나 음료가 필요한 것처럼 이 시대에 어울리는 메시지가 필요합니다. 시대의 유행을 적당히 버무린 메시지나 추종하거나 편승하는 메시지가 아니라 시대정신을 이끌어 갈 메시지가 절실한 때입니다. 하나님이 역사와 세상의 주관자이시기에 ‘시대정신’을 올바르게 전할 수 있는 최적의 존재는 교회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에서 들리는 메시지는 여전히 시대를 아우르지 못하고 때때로는 시대착오적인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심지어 시대 퇴행적인 곳도 많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시대를 초월한 영원하지만 시대에 갇힌 설교자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세상보다 뒤처진 시각과 편견으로 하나님을 고루한 존재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같은 커피이지만 계절의 변화에 따라 얼음을 첨가하는 것처럼 복음은 모든 시대를 초월하는 하나님의 메시지이지만 불안과 불확실이 가득한 광야를 힘겹게 지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얼음’이 교회들에게 있기를 간구하는 새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