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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외출

헌책7 2025. 1. 11. 21:54

제법 쌀쌀한 기온을 유지하던 어느 날, 젊은 여성이 개 한 마리와 함께 산책을 나왔습니다. 개가 주인보다 더 화려했습니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었다고 하기에는 엉성하기에 적절하지 않았고 걸쳤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줄근히 구겨진 옷을 대충 챙겨입고 나온 여주인에 비해 개는 훨씬 더 우아하고 품위가 있어 보였습니다. 얼마를 앞서가던 개가 갑자기 코를 땅에 처박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습니다. 주인이 호기심에 무엇인가 가까이 가서 보니 다른 개의 배설물이었습니다. 주인이 화들짝 놀라 목줄을 있는 힘껏 당겼습니다. 화려하게 걸쳤어도 개의 습성까지는 가리지 못했습니다. 화려한 색상으로 몸을 감싸고 나왔지만 더럽고 지저분한 것에 코를 가까이하는 그의 습성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화려한 옷으로는 부족해서 돈과 권력으로 치장하지만 마음에 가득한 추함과 더러움은 감출 수 없습니다. 말과 행동으로 그대로 쏟아져 나오기 마련입니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회칠한 무덤 같으니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나 그 안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모든 더러운 것이 가득하도다”(23:27). 예수님의 책망은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잃어버리고 그 허전함을 겉의 화려함으로 채우는 인간의 군상에 대한 강력한 경고입니다. 1억이 넘는 고가의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실은 월세 50만 원을 내고 힘겹게 사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시쳇말로 영끌해서 고급차를 사는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도로에서만큼은 무시당하지 않고자 하는 마음에서 빚을 내서 충동구매를 한 것입니다.

새해에는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는(고후 4:16)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주님의 책망과 경고가 우리에게는 칭찬과 격려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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