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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간한 횡단보도

헌책7 2025. 1. 25. 18:23

교회에서 가까운 전철역을 가자면 왕복 6차선의 넓은 횡단보도를 건너고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도 건너야 합니다. 또한 넓지 않은 왕복 2차선의 도로에 신호등이 있어 신호 무시하고 건너기에는 마음에 걸리고 신호를 기다리자니 마음이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애써 신호를 못 본척하고 건너기도 하고 큰 폭의 걸음으로 좌우도 살피지 않고 무작정 건너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건너는 분들은 신호를 기다리는 자들을 비웃듯이 지나갑니다. 신호를 기다리며 서있는 것만으로도 괜스레 바보가 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한번은 멀리서 파란 신호를 보고 열심히 뛰었는데 막 빨간 신호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뛰어온 거리가 아까워서 그냥 신호 무시하고 건너버렸습니다. ‘아 이런 마음에서 신호를 무시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앙생활 중에도 이런 어중간한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없는 듯하고, 또 너무 분명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기도 없이 내 뜻대로 행하기에는 내가 너무 앞서는 것 같은 상황이 있습니다. 그럴 때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로 시간만 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린도후서 1:13에서 바울은 “우리 편지는 솔직하고 정성을 다한 것이었습니다. 애매한 말 같은 것은 쓴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비록 아직은 우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언젠가는 우리를 이해하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애매한 신학, 애매한 신앙 그리고 애매한 태도는 때로 편리하지만 때로는 위험합니다. 어중간한 횡단보도는 몇 걸음이면 건널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위험이 따르기도 합니다. 순식간에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아찔한 순간들을 많이 봅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중간한 신앙의 태도는 영적으로 큰 위기의 순간을 자초하게 됩니다. 사도 바울의 말처럼 분명한 이해, 완전한 이해를 위해서 성령의 인도함을 구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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